폴 그레이엄 <해커와 화가> 리뷰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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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이전 리뷰 : [독서] 폴 그레이엄 <해커와 화가> 01. - 해커와 화가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지난번 글에 이어서 오늘은 <해커와 화가>에서 인상깊었던 내용들을 또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전 리뷰에서는 저자가 프로그래머를 화가나 소설가와 같은 '창조자'와 동일선상에 두고, 프로그래머가 가져야 할 좋은 자질이나 덕목, 학습 방법 등을 논의한 부분을 다루었다. 이번에는 저자가 말하는 부자가 되는 방법,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 등에 대해 인상깊었던 부분을 요약 정리해보았다.
부를 창출해서 부자가 되는 방법
1. 부를 창출해서 부자가 되기
부자가 되는 방법은 많지만, 이 책에서는 부를 창출해서 부자가 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돈을 버는 방법으로는 우연, 추측, 결혼, 상속, 도둑질, 착취, 사기, 독점, 부정, 로비, 위조, 전망 등이 있는데 대부분의 부는 이러한 것들이 여러 개 결합하여 이루어진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이 아니라 '부를 창출하는 방법'으로 부자가 되는 것은 합법적이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하거나 만들면 된다는 점에서 간단한 편이다.
2. 부의 개념
부를 창출한다는 이야기를 하기 앞서, 부라는 개념은 무엇인가? 그것은 돈과는 다른 개념이다. 사람들은 흔히 부와 돈이 같다고 오인하지만 돈이란 최근에 발명된 개념에 불과하다. 부는 근본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음식, 옷, 집, 자동차, 여행 등)이다.
3. 부에 대한 파이의 오류
부에는 정해진 파이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부의 양이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타인이 부를 더 많이 창출하면 그로 인해 자신의 몫이 줄어든다고 오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부는 고정된 양이 없으며 새롭게 계속 창출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낡은 자동차를 수리하였을 때 세상은 고쳐진 자동차에 해당하는만큼 부가 창출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누군가를 더 가난하게 만든 것은 아니다.
4.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의심하기
부를 창출하고 싶다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의심해야 한다. 보통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에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다.
5. 회사에 들어갔을 때 평균의 문제
사람들은 보통 이미 존재하는 회사에 소속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했을 때의 평균의 문제가 있다. 한 사람이 수행한 일이 다른 사람들이 수행한 일과 함께 하나의 평균값으로 뭉뚱그려지는 것이다. 예외적으로 영업직원은 매출을 올리는만큼 수익을 가져가기도 하고, CEO는 회사 전체의 성과에 따라 월급을 가져간다. 이들의 성과는 비교적 측정하기가 쉽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원 개개인의 성과는 독자적으로 측정되는 대상이 아니다.
6. 부자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두가지 환경 : 정당한 평가와 영향력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부자가 되는 사람은 정당한 평가와 영향력이 모두 존재하는 환경에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능력을 공정하게 평가하는 곳에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많이 일해서 더 많이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단서는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가’이다. 성공을 위한 기회가 있다면 무서운 실패의 가능성도 존재해야 한다.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부자가 될 가능성이 없다.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는 영향력이 존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
1. 스타트업의 규모
스티브 잡스는 스타트업의 성공과 실패는 처음 열 명이 어떻게 구성되는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규모가 작다고 해서 스타트업의 절대적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집단이 커질수록 멤버의 능력은 전체의 평균값에 근접한다.
또한 역사적으로 볼 때, 부의 창출을 통해 부자가 된 사람들은 대부분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개발해서 부자가 되었다. 최첨단 테크놀로지는 빠르게 움직이는 속성을 가진다. 대기업이 테크놀로지를 개발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큰 규모로 인해 개발 속도가 느려지고, 일반적인 수준을 뛰어넘는 노력을 기울이는 직원에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보상하기 어렵다.
2. 두가지 선택지가 있으면 어려운 것을 선택하라.
벤처 투자자들은 스타트업을 투자할 때, 해당 스타트업의 제품을 다른 회사에서 똑같이 개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틀림없이 궁금해할 것이다. 이는 잠재적 경쟁자 사이에 얼마나 진입장벽이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따라서 스타트업에서는 여러 선택지 중 어려운 것을 선택하는 편이 좋다. 스타트업에서 어려운 것은 보통 규모가 큰 기업에서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크고 느린 경쟁자들이 뒤를 쫒아오게 된다. 그리고 이런 전략은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도 유리하다. 두개의 선택이 있고 하나의 선택지가 더 어려운 경우에서, 상대적으로 쉬운 것이 선택지로 떠오르는 이유는 대개 게으름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3. 기술 혁신과 일의 속도
규모가 큰 회사에서 천천히 일하는 것의 문제는 기술적 혁신의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 아니다. 기술적 혁신이 완전히 멈춘다는 문제가 있다. 혁신은 빠른 속도가 장점으로 인정받는 프로젝트에서 어려운 문제를 찾아서 노력할 때에만 이루어진다.
돈 버는 기술을 가진 사람의 차이
1. 돈 버는 기술
어떤 사람이 타인보다 체스를 잘 두거나 그림을 잘 그리거나 소설을 잘 쓰는 실력을 가졌다고 그걸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누군가가 돈을 버는 기술이 타인을 앞지르면 그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2. 어떤 사람이 타인에 비해 더 많은 부를 창출하는 경우
돈을 벌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원하는 물건을 만들거나 일을 해야 하는데, 남들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사람은 그런 일에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사람이다. 스티브잡스 대신 아무렇게나 선택된 100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로 대체하면 이런 차이는 선형으로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CEO나 운동선수는 평범한 사람보다 기술이나 능력 등이 100배가 아니라 그저 10배 정도 더 많이 가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 10배가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을 때에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차이가 엄청나진다.
3. 수입의 차이는 사회가 건강하다는 증거
테크놀로지는 생산 능력의 차이를 선형비율보다 빠르게 증가시킨다. 만약 수입의 차이가 그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않는다면 기술 혁신이 중단되었거나, 가장 많은 부를 창출할만한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거나, 부를 창출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보답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생각보다는, 다소 급진적인 의견을 내놓는 편이다. 그래서 이 책이 처음 나온 후로 10여년이 지났지만 구시대적이지 않고 오히려 그 통찰력이 빛을 발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것 같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사고방식에는 배울 점이 많다.
일단 나는 지금까지 부라는 개념과 돈이라는 개념을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그 두개의 개념을 확실히 분리해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부를 창출하는 것은 결국 타인의 파이를 빼앗는게 아니라, 부의 총량을 늘리는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있었다.
또한 부자가 되기 위해서 저자는 '정당한 평가와 영향력'이 존재하는 환경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좀 이상적이고 추상적이라고 느꼈다. 그렇지만 저자가 어떤 의도로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는 이해가 된다. 사실 대부분 규모가 큰 회사에서는 개개인에 대한 능력 평가가 정확히 이루어지지 않고 전체의 평균값으로 보여진다. 이런 환경에서는 개개인이 독자적인 성과를 위해 더 노력하려는 동기부여는 크지 않다. 한편 자신의 성과가 영향력을 가지는 직업(예를 들면 CEO나 운동선수나 예술가 등)의 경우에는 안정적인 직장의 평균값으로 존재하는 것보다 실패의 가능성이 더 높지만, 성공의 기회를 잡았을 때의 그 보상이 더 크다.
저자가 이런 '정당한 평가와 영향력'이라는 환경에 대해 언급하는 이유는, 부자가 되기 위해서 '스타트업을 시작하거나 참여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보통 스타트업은 규모가 작아서 직원 개개인의 능력이 더 명확하게 측정되는 측면이 있고 실패할 가능성이 큰 대신 성공할 때의 성과가 개개인에게 더 크게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몇십년간 일하는 노력을 단기간에 집약적으로 투입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저자는 그런 부분에서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 적합한 규모나 일 처리 속도, 선택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난 저자의 이야기 중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저자가 세상을 보는 관점을 통해 그동안 스스로 떠올려보지 못한 주제들을 고민해볼 수 있어서 신선했다. 예를 들면 정당한 평가와 영향력이 있는 환경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규모가 큰 기업에 비해 스타트업의 장단점이나 필요한 요건 등은 무엇일지, 어떤 사람에게 남들보다 돈 버는 기술이 있다면 그 차이는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등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평소 해보지 못한 생각들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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