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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독서

[독서] 폴 그레이엄 <해커와 화가> 03. - 미적 취향, 좋은 디자인

폴 그레이엄 <해커와 화가> 리뷰 03

 

해커와 화가
국내도서
저자 : 폴그레이엄 / 임백준역
출판 : 한빛미디어 201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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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이전 리뷰 

[독서] 폴 그레이엄 <해커와 화가> 01. - 해커와 화가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독서] 폴 그레이엄 <해커와 화가> 02. - 부 창출, 스타트업

 

오늘은 <해커와 화가>에 대한 리뷰를 3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번에는 뭔가를 디자인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미적 취향에 대해 논의하는 내용을 요약 정리해보았다.

 

 

 


미적 취향 

 

 

1. 미적 취향의 필요성  

프로그래머를 포함해서 여러 과학자, 수학자, 엔지니어, 음악가, 건축가, 디자이너, 작가, 화가 등 뭔가를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훌륭한 성과를 두고 '아름답다'고 표현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미적 취향이 필요하다.

 

 

 

2. 좋은 디자인의 원리는 보편적 

흔히 미적 취향은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선호의 문제라고 일컬어지지만, 여러 분야에 걸쳐서 좋은 디자인에는 같은 원리가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3. 추함을 고치는 것

아름다움을 상상하는 것보다 추함을 지켜보는 것이 쉽지만, 아름다운 것을 창조한 사람들은 추하게 보이는 것을 고치는 과정을 거쳤다. 위대한 작품은 누군가 '나라면 저것보다 더 잘 만들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탄생한다.

 

 

4. 자신의 분야의 일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선결과제 

추함을 참을 수 없는 것,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일단 해당 분야의 일을 충분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창조 이전에 우선 어떤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면서 '이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을 거야'라는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고, 자기 자신만의 미적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이 뭔가를 디자인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하다. 

 

 

 


좋은 디자인의 원리

 

 

1. 간단하다.

수학에서 공리는 특히 짧으면서 많은 의미를 함축한다. 건축가와 디자이너들도 피상적인 장식물을 제멋대로 달아놓진 않으며 구조적인 요소로서 신중하게 선택한다. 미술에서도 대상에 대하여 깊은 관찰을 통해 견고한 구성으로 그린 그림이 아름다우며 글쓰기에서도 필요한 말을 짧고 명료하게 쓰는 글이 잘 쓴 글이다. 긴 단어나 표현주의적인 붓질의 이면에는 아무 내용이 담겨있지 않다.  

진정한 문제는 단순성이 강제되었을 때 만나게 된다. 무의미한 장식물을 동원할 수 없게 되었을 때에는 실질적인 내용을 보여주어야 한다. 

 

대충 해석하면 단순하게 만드는게 더 어렵지만 좋다는 뜻

 

 

2.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시대를 뛰어넘으려는 노력은 유행에 얽매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순간적인 유행이 아니라 사물의 고유한 장점으로부터 내용을 이끌어내야 한다. 현대인과 1500년 무렵의 인류에게 동시에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면, 그것이 2500년의 인류에게도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3.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보자. 보통 부엌의 가스레인지에는 버너 네개가 사각형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고 버너마다 조절하는 다이얼이 달려 있다. 이때 다이얼은 어떻게 배치해야 하는가? 가장 쉬운 답은 다이얼을 일렬로 나열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이얼을 일렬로 나열할 경우 그것을 사용할 때마다 어느 다이얼이 어떤 버너를 조절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보다 나은 방법은 사각형 안에 다이얼을 버너와 동일한 구성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4. 무언가를 제안한다.

그림에서도 무언가를 넌지시 암시하면 사물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보다 많은 내용을 함축한다. 건축에서 좋은 건물은 그 안에서 사람들이 건축가의 각본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펼치고자 하는 삶의 조용한 배경 공간이 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또한 사용자들에게 레고와 같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기본적인 요소를 제공해야 한다. 

 

 

5. 유머러스하다.

유머란 힘과 관련있다. 유머감각을 유지한다는 것은 불행을 가볍게 털어낸다는 뜻이고 유머감각을 상실한다는 것은 불행에 압도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무엇이든 너무 심각해지지 않는 것이 힘이 있다는 증표이다. 좋은 디자인이 꼭 우스워보일 필요는 없지만 유머가 없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으로 불리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6. 어렵다.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킨 사람들의 공통점은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이다. 당신이 지금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면 스스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문제는 엄청난 노력을 요구한다.

물론 어렵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고통에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다. 예컨대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고통을 원하는 것이지 손톱이 밟히는 류의 고통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며 발전하더라도, 이 때의 어려운 문제란 변덕스러운 고객이나 품질이 떨어지는 재료 등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7. 쉬워 보인다.

좋은 글에서 등장하는 쉬운 대화체 문장은 여러 번 고쳐야 나올 수 있는 문장이다. 가장 위대한 과학과 공학의 발견들 중 어느 것은 너무나 간단해 보이기도 한다. 레오나르도가 그린 그림 중에 단 몇개의 선으로 채워진 그림이 있다. 그런 작품을 보면 누구나 그릴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선을 완벽하게 제자리에 그려 넣어야 한다. 아주 작은 실수조차 그림 전체를 무너트리기 때문이다. 

간단하고 쉽게 보이도록 드러내기란 무수한 연습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연습이 하는 일은 대개 의식적인 생각을 요구하는 일들을 수행하기 위해서 무의식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세상에 쉬워보이는 일은 있어도 쉬운 일은 없습니다.... 

 

 

8. 대칭을 이용한다.

대칭에는 반복과 재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재귀란 나뭇잎에 나타나는 가느다란 줄기의 모습처럼 하부요소에서 반복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글쓰기의 경우 문장 안에 있는 짧은 표현에서 소설의 전체적 플롯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준에서 대칭이 발견된다. 미술에서 모자이크는 전체적인 그림이 같은 모양의 유닛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각적 효과가 증폭된다. 아담의 창조나 아메리칸 고딕처럼 구성에서 나타나는 대칭은 각각의 반쪽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수학과 공학에서는 재귀가 큰 도움이 된다. 귀납적 증명은 놀라울 정도로 짧다. 소프트웨어에서는 재귀로 풀어야만 최선의 해결책인 문제들이 있다.

 

사진 출처 : @Jonas Denil Unsplash / @yubiucup Unsplash

 

 

9. 자연을 닮았다.

자연을 닮은 것이 본질적으로 좋은 이유는 자연은 이미 오랜 세월동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답이 자연을 닮았다면 그것은 항상 좋은 신호다.

 

 

10. 무언가를 다시 디자인한다.

무엇이든 처음부터 제대로 만들기는 어려운 법이다. 전문가들은 항상 변화를 염두에 둔다. 실수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것을 재난으로 간주하는 대신, 실수를 쉽게 인정하고 쉽게 고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유화가 템페라화를 대체하면서 그림의 덧칠과 수정이 쉬워졌고, 화가들은 사람의 모습처럼 어려운 주제를 다루기 쉬워졌다. 소프트웨어에서도 버그의 가능성을 솔직하게 인정함으로써 더 버그를 줄일 수 있다. 

 

실수는 자연스러운 것!

 

 

11. 복사가 가능하다.

위대한 대가는 올바른 대답을 구하길 원한다. 그 올바른 대답의 일부가 타인에 의해 이미 발견되었다면 그 방법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들은 타인의 생각을 도입한다고 해서 자신의 관점이 상실되는 것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12. 기묘하게 보이기도 한다. 

최선의 일은 기묘한 경향이 엿보이기 시작했을 때 억누르지 않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일부러 이상하게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는 그것이 담고 있는 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고 노력했을 뿐이며, 진실 자체가 우리에게 이상하게 보였을 뿐이다.

 

 

13. 뛰어난 사람들의 모임에서 나온다.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관련된 문제를 연구하는 커뮤니티만큼 강력한 것은 없다. 유전적 재능은 상대적으로 보았을 때 크게 중요하지 않다. 뛰어난 작품은 뜨겁게 달아오른 특정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나온다. 바우하우스, 맨하탄 프로젝트, 더 뉴요커, 록히드의 스컹크 웍스, 제록스 파크 연구소 등. 

어떤 시절이든 당대의 관심이 집중되는 화제가 있고 그 일에 대해서 위대한 작업을 수행하는 작은 그룹이 있다. 이때 위대한 작업이 수행되는 중심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채 혼자 최고의 수준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14. 대담하다.

역사 속에서 사람들은 전통적인 입장과 다른 견해를 밝히는 사람을 추방하거나 폭력으로 다스리곤 했다. 그러나 새롭고 위대한 무언가를 발견하려면, 전통적인 지혜와 진실이 서로 어긋나는 상황에 시선을 집중해야 한다. 

 

 

 


 

 

폴 그레이엄이 말하는 좋은 디자인의 원리는 정말 여러 분야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가령 우리 삶에서도 좀 더 개선할만한 문제들이 종종 발견되곤 한다. 삶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접했을 때, 이러한 원리들을 적용해보면 좀 더 나은 해결책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꽤 재미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이 책의 제목이 '해커와 화가'가 아니라 '프로그래머가 부자가 되는 법'과 같은 상투적인 제목이었다면 일반적인 대중에게 더 먹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커와 화가'라는 제목은 책의 주제를 관통하는 미학적 의미가 있어서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이 되지만, 보다 상업적인 관점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책의 타겟층을 확 좁혀버린 느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은 굳이 프로그래밍이나 디자인 관련 업을 하지 않더라도 일반적인 사람들도 두루 읽어봐도 좋을만한 책이라는 사실이다. 통찰력이 있고 삶의 여러 분야를 융합하면서 보편적 원리를 발견해내는 저자의 관점을 배우고 싶다면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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